문화예술계 특별 조사·신고 및 대응 체계 강화에 대한 총평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 문화예술계 특별 조사·신고 및 대응 체계 강화에 대한 총평

‘성폭력을 해결하고 강간 문화를 종식시킬 중장기적 전망을 세워야한다.’

여성문화예술연합(WACA)은 우선 #MeToo 로 고발된 우리 사회의 성희롱·성폭력 대처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을 환영한다. 하지만 2016년에 #00계_내_성폭력 운동으로 예술계의 뿌리 깊은 여성 혐오 문화, 강간 문화가 불시에 드러났음에도 일 년 넘게 피해자들을 방관하고, 여성 예술가들의 정책적 요구를 무시해온 정부와 국회는 반드시 그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한다.

한 사회에서 성폭력 사건이 해결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특히 한 공동체에서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는 일은 한 번도 쉬운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다. 법, 행정, 시민사회 전반이 서로 협력하여 성폭력을 해결하는 의지를 가지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 현재 남성 중심적이고 강간 문화가 지배적인 문화에서 성평등 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중장기적 전망이 필수적인 중요한 시점이다. 최근 발표된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100일 신고 및 조사' 이후, 이를 바탕으로 한 제도화의 과정과 방식에 대한 사법적 행정적 예술 제도적 구체적 해결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신고∙조사∙징계를 총괄할 주체가 불분명하다. 셋째, 해바라기센터가 신고∙상담 창구 역할을 할 역량이 충분한지 우려된다.

예술계에서 누가 유죄이고 무죄인지를 말하자는 것이 아니다. 왜 이렇게 많은 예술가들이 성폭력에 노출되었고 방관하게 되었는지 통렬히 반성하고, 근본적으로 예술계를 바꾸기 위하여 합리적인 제도의 성립을 주장하는 것이다. 만약 2016년 이후 정부가 우리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했다면, 지금쯤이면 성폭력 해결에 대한 조금 더 정교한 대책이 세워졌을지 모른다. 특히 또한 성폭력 사례가 많은 사설 학원, 연예 기획사, 예중, 예고, 예술대학에 대한 조치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은 아직 정부가 우리 사회 성폭력의 깊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번 특별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될 사건의 처리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사건 해결의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예술계 성폭력에는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들이 많으므로 사법 절차를 밟을 수 있는 사건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법적 해결을 해야 할 사건들과 행정적, 사회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을 나누는 일이 필요하다. 섬세하고 일관성 있는 행정, 교육, 예술기관의 제도적 징벌 체계가 성립되어야만 한다. 가해자들에 대한 사법적, 행정적 징계와 처벌 체계 성립이 제대로 돼야만 신고센터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 발표된 정책 내용을 살펴보면, 공적 제재에 대해서는 상반기에 관련 규정을 만든다고 하는데 특별신고센터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

부족한 점과 우려되는 점이 많지만, 문체부가 특별신고상담센터와 특별조사단을 출범하기로 한 것은 문화예술계 반성폭력 정책의 첫걸음이라고 본다. 신고센터와 조사단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그리고 이후 문화예술계의 상시적 시스템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여성문화예술연합은 정부의 정책에 대해 보완할 점을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비판, 감시하는 활동을 계속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