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특별 조사·신고 및 대응 체계 강화에 대한 세부논평


1. 100일 조사의 함정

“특별조사단과 특별 신고·상담센터를 100일간 운영한다”

실태 파악을 위한 조사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신고·상담이 현재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부분이긴 하나, 이윤택 사건처럼 몇십 년 동안 반복된, 뿌리 깊은 문화예술계 성폭력을 100일이라는 한정된 기간 안에 얼마나 드러낼 수 있을지가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100일 이후, 후속 신고 창구 운영에 대한 장기적이고 세부적 운영방안이 필요하다.

2. 징계 실효성

“문체부‧여가부가 협력하여 운영하게 될 특별 신고․상담센터는 피해자 상담부터 신고, 민형사 소송 지원, 치유 회복 프로그램 등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접수된 피해 사례는 경찰 또는 특별조사단과 연계하여 고소․고발을 진행하고, 관련 기관에는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 및 가해자 징계 등의 조치를 요청한다.”

  •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 및 가해자 징계 등의 조치를 요청’할 대상인 ‘관련 기관’은 어디인가? ‘징계’의 내용은 무엇인가?

  • 만약 ‘관련 기관’이 민간기업이거나 가해 대상이 프리랜서 예술인 일 경우, 개입할 기준 및 근거는 존재하는가? 사법적, 행정적, 사회 제도적 규제 방법의 현실성이 필요하다.

  • ‘요청’의 실질적인 효력이 존재하는가?

  • 예술분야 성폭력 실태조사 시범조사에 따르면 대부분 피해자는 신고하지 않은 이유가 가해자 처벌이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만약 처벌의 기준을 자세히 성립하지 않으면 피해 신고 율이 높지 않을 것이다.

3. 해바라기 센터 인력 및 역량

“예술치료 등 피해자의 특수성을 반영한 심리치료․치유 회복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문화예술 업계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전문인력을 양성하여 해바라기센터에 배치하기로 했다.”

  • 미투 운동, #00_내_성폭력의 과거적 성질을 이해할 수 있는가? : 예술분야 성폭력 실태조사 시범조사에 따르면 사진계의 경우 강간 미수, 강간 사건이 최근 1년 내 사건이 대다수를 차지하나 미술 문학은 5년-10년 이상의 사건이 50%를 차지하였다.

  • 해바라기 센터는 보통 최근 일어난 혹은 24시간 내에 일어난 사건을 중심으로 신고를 받는 기관이라 대부분 시일이 지난 사건인 예술계 성폭력 사건들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해바라기 센터뿐만 아니라 NGO 성폭력 상담도 대게 최근에 일어난 사건 위주로 주로 상담을 해왔기 때문에 오래전 사건을 겪은 피해자들은 유죄판결이 힘들다던가, 증거가 없다는 식의 답변을 듣고 상처받는 일이 많았다. 성폭력 사건은 최초 상담이 중요하기 때문에 민, 관 성폭력상담센터 상담사들의 일관성 있는 상담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로 상담 전문 인력의 확충, 처우 개선 등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 해바라기 센터 상담사 역량이 불 균일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전문인력을 양성할 방식과 기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인력이 투여되기 때문에 상담 방향과 결과에 대한 모니터링과 집단 교육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 신고센터는 100일 운영이므로, 전문인력을 양성할 시간이 매우 촉박해 보인다. 전문인력이 양성되기 전까지 어떤 방식으로 문화예술계 특성을 신고·상담에 적용할 수 있는지 대책을 마련하고 그 이후 상담 운영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4. 예술대학과 예고, 예중, 사설학원 및 연예 기획사에 대한 무대책

예술계는 어렸을 때부터 한 분야만 집중적으로 교육받는 경우가 많다. 또한 도제식 교육방법이기 때문에 교사나 교수의 영향력이 지대하게 크다. 너는 나의 뮤즈가 되어야 한다. 혹은 성적으로 일탈해야만 좋은 예술을 할 수 있다고 가르치고 성폭력을 저지른 경우가 많았으나 가해자들은 여전히 교편을 잡고 있다. 따라서 예술대학, 예술학교, 예술 사설 학원 시설에 대한 주체적 대책이 필요하다. 초중고는 물론, 예술대학의 성폭력 해결 기구가 필요하다. 특히 예술대학의 성폭력 사태에 대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대학교 성평등센터의 직원들은 기간제 계약직(53.7%)으로 행정 업무와 상담업무를 병행하며 교내 지위가 낮은 편이다. 기간제 계약직이 교수 성폭력을 해결할 만한 권위를 갖기는 힘든 구조이다. 실질적으로 예술대학 내 성폭력 사태를 학교 성폭력센터나 학교 성평등위원회가 해결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또한 가해자들이 대학이나 학교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방지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연예 기획사의 성폭력은 10대 연예 기획사 사건과 장자연 사건처럼 20대 연예인 지망생들에 대한 성폭력 사건이 많았다. 심지어 성폭력 유죄판결을 받은 가해자가 다시 연예계에서 기획사를 차려 활동하는 등 아무런 제재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5. 표준계약서 수정 및 명문화

표준계약서에 성폭력 관련 조항을 명문화하고, 자율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단체의 윤리강령 제․개정도 권고하기로 했는데 표준계약서 상에서 명문화는 필요하지만 문학, 미술, 음악 등 실제로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매우 적다.

6. 위법성의 조각사유 적용의 비현실성

법무부는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사실 적시 명예훼손 형사처벌을 폐지하지 않고, 수사과정에서 위법성의 조각사유를 적극 적용한다고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법무부가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로 기소된 사건들의 기소이유를 조사한 통계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순히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가 피해자의 인권침해를 보호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이유로 폐지 자체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면피성 대책에 불과하다. 자기가 당한 피해를 고발한 피해자가 범죄 혐의자로 경찰서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는 과정 자체가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준다는 것이 2차 피해의 핵심이다. 이미 2016년 성폭력 고발로 인해 피해자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된 사건 중 무혐의로 불기소되는 사례들이 꽤 존재한다. ‘위법성의 조각사유' 적용 만으로는 성폭력 사건에 대하는 수사기관의 변화를 피해자가 체감하기 어렵다.